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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칼부림 일어남 Read 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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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019.07.09 18:12

레벨 17 헬두라맨[멜번] ( Lv. 17 / 포인트 : 4003점 ) [ 추천 / 반대 ] (139.216.137.♡)


라즈베리 피킹 시즌이 끝나고,

메인티넌스 잡이 시작되었을 때의 일이다.


원래부터 메인티넌스에는 작은 크루가 있었지만,

피커 인원들이 그대로 전환되는 크루는 Pruning 크루다.

프루닝은 우리나라 말로 가지치기다.


우리 팜은 워커들이 어떠한 스타일로 일하든 절대로 터치하지 않는다.

무릎을 땅에 팍팍 박아가며 하든,

의자를 갖고 와서 하든,

휠체어를 타든 군두운을 타든 관계없다.


도구도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부엌가위를 가져 왔고, 누군가는 버닝웨어하우스에서 가지치기용 가위를 사왔다.

어떻게든 라즈베리 줄기를 잘라내기만 하면 된다.

나는 며칠만 일하다가 멜버른으로 떠날 계획이었던지라, 집에서 식칼을 하나 갖고 나가서 일을 했다.

원피스에 나오는 조로처럼 정신기도를 한 뒤 힘껏 휘두르면 라즈베리 나무들이 썩둑 썩둑 잘려나갔다.

처음엔 가지치기용 가위가 아닌 식칼로 하려니 힘들었었는데, 적응되고 나니 식칼이 가위보다 빠르단 걸 알 수 있었다.

이만큼 자연분방한 일이 프루닝이니까 강추한다.



메인티넌스 잡이 시작되었을 때에,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왔다.

그 중에는 한국인 커플이 있었다.

남자는 영어이름을 아직 정하지 못한 무명이다.

근데 영어를 할 줄 몰라서 누군가 이름을 물을 때마다

Sorry? 를 콩글리쉬 발음으로 So-lee 라고 똑같이 대답하다보니 그게 그의 이름이 되었다.

근데 Kim씨임.



여자 이름은 모르겠다.

아니, 듣긴 들었는데 들을 때마다 영어 이름이 바껴서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았다.

어제 Mintchoco 였던 그녀는 오늘 Chicken이다.

전날 먹은 음식으로 영어 이름을 바꾸는 것 같다.

생활이 투명한 여자다. 일단 다이어트는 안 하시는 분으로...



이 둘은 같이 일하면서 하루 종일 싸운다.

오빠가 뭘 잘못했녜

니가 뭘 잘못했녜.

왜 그렇게 싸우냐고 물으면 별 이유가 없다.

싸우면 시간이 빨리 가기 때문에 싸우는 거란다.

그래서 전날 집에서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꾹꾹 참은 뒤 농장일을 시작하면 입을 여는 거란다.

어디 병원에서 만나서 커플이 된건가.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뜨겁다.



병아리를 닮은 대만녀가 있다.

나이는 워홀 막차 급인데, 외모는 첫차 급이다.

하지만 어리다는 소리나 그런 표현 듣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대신 자기가 남들보고 늙어보인다고 말하는 건 좋아한다.


그녀 : 난 30살인데 왜 너보다 어리게 보이는 걸까? 너도 그게 참 궁금하지 않니? 히힣?


누군가 : 그래...어려보여서 좋겠다.


그녀 :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말라고!!


병아리녀를 줄여서 병녀라고 부르겠다.

참고로 병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고 외모에 걸맞는 아기자기한 패션을 선호한다. 닭발.



병녀는 시종처럼 달고 다니는 대만남자가 하나 있다.

그의 이름은 Jerry.

언제나 도망치는 인생을 살아왔고, 지금도 쫓기는 중이기 때문에 스스로 긴장을 풀지 않겠다는 의지로 지은 이름 같다.

아니 사실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데, 쫓기는 걸 즐겨하는 걸 나의 사륜안으로 목격한 적이 있다.

심심하면 병녀의 엉덩이를 때리고 도망치는 걸 즐기는 아이였다.

생긴 건 세상 순수하게 생겼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변태짓은 용납받는 아이다.



한 번은 Jerry가 팜 매니저가 키우는 병아리를 보고 병녀에게 닮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피해망상의 스킬로, 그것이 어려보인다고 받아들인 병녀는 화가 나서 Jerry의 소중이가 병아리만하다고 했다.

Jerry는 곧장 바지를 내렸고

30살의 병녀는 그대로 기절했고

그 광경을 그날의 Chicken(한국녀)이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이유로

한국인 커플은 하루종일 싸웠다.

아, 여기서 잘못한 건 남자 쪽이다.



배고파서 6.9 줄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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