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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019.09.28 21:26

레벨 1 글쓰는 NPC ( Lv. 1 / 포인트 : 59점 ) [ 추천 / 반대 ] (49.199.25.♡)
아니, 그냥 비행기 표만 사면 되는 거 아니었어?

"아씨. 그게 뭐가 어렵다고 안 한다는 거야?"

귓가로 현우의 위선적인 말투가 맴돌았다. 정말 딱 이렇게 말하리라 확신이 들었다. 매사에 열정적인 그는 내 눈에 미치광이로 보이곤 했다. 내가 라면을 부숴먹을 때 그는 삼십 분 운전을 하여 한시간 동안 장을 보고 와서 파스타를 해먹는다.
그 외에도 모든 행동거지가 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현우는 호주생활에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온 듯 보였다.
그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나였다면 모든게 귀찮아져서 다시 귀국하게 될 만한 일들을 수도 없이 겪었다는 걸 알게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때는 4월 초. 호주는 가을이 끝나가는 계절이었고 한국은 슬슬 날이 풀리던 시기였다.
부모님은 6월 말까지 머나먼 타국을 향하기 위해, 거창하게 말하자면 가정의 명예와 부흥을 위해 돈독 어린 기세로 모든 채비를 차근차근 준비하셨다.

사실 2년제 전문대를 막 졸업한, 취업 준비생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백수 생활을 즐기는 나야 부모님이 나보다 좀 더 일찍 떠나시든 말든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그렇게 착각하고 있었다.

"우성아. 호주 갈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네. 걱정 마세요."
"걱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정말 잘 하고 있는 거지? 해외 나가서는 더 잘 먹어야하는 것도 잊지 말고?"

어머니는 나이를 스물 다섯개나 먹은 외동 아들을 아직 애기 보살피듯 하시지만, 그러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 크게 저항할 수 없었다. 방치라는 이름의 대우를 받게 되는 순간 나는 생사를 오고가는 생활 습관 속에 서서히 썩어갈테니까. 아, 스스로가 한심하다.

"비행기 표는 샀니?"
"아니요. 아직 신체 검사도 안 받아서 비자도 안 나왔는데요."
"그래...아마 우리가 먼저 가고 호주로 떠나지 싶네. 혼자 짐다 잘 챙겨서 공항에 제 시간에 가는 거 잊지 말고."

누가 내 머리를 해머로 내리쳤나? 나는 아침에 일어나 혼자쓸쓸히 캐리어를 이끌고 공항을 향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그것은 비가 왕창 쏟아지는 날, 설거지감을 줄이기 위해 밥에 우유를 넣어 먹었던 날의 기억만큼 처참하고 끔찍했다.
실수다! 당장의 귀찮음에 눈이 멀어 더욱 거대한 것을 보지 못했구나.
그 이후 나는 식칼을 본 닭마냥 모든 것을 부랴부랴 준비하기 시작했고 다행히 공항까지 부모님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Are you Korean? (한국인이에요?)"

인천에서 멜버른으로 가는 항공사 중에는 어째서 직항이 없는 걸까에 대해 다섯 시간 쯤 쌍욕이 절반쯤 섞인 고찰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공교롭게도 멜버른으로 향하는 에어라인의 경유지는 쿠알라룸푸르, 말레이시아 수도였다. 내가 부모님들보다 먼저 말레이시아 땅을 밟아보는 셈이다.
한창 에어팟을 귀에 꽂은 채 노래를 듣고 있었기에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의 목소리를 정말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아니,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두 세번 정도 말을 건넨 후에야 내가 알아차린 것 같다.

"Yes, I am? (네. 그런데요?)"

그나마 다행이랄 점은, 내가 영어 스피킹을 어느 정도 할 줄안다는 것이다. 공부를 따로 한 것은 아니다. 어릴 적부터 침대에 누워 할 수 있는 컨텐츠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 중에 하나가 영어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이었다. 시장 개도 삼 년이면 돈계산을 깨우친다는데, 십 년을 넘게 들어온 영어에 아직도 무뇌한일 수는 없었다.
조금 불그스름한 갈색 머리를 늘어트린 그녀는 갈색 빛이 진하게 도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프레이 키즈의 노래를 듣고 계신거죠?"

나는 스프레이 키즈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의 유명한 남자 그룹들도 대부분 모른다. 그저 듣기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핸드폰에 다운로드를 받을 뿐이다.
비슷한 경우를 하나 들자면 일본의 포르노 동영상을 즐겨보는 나의 친구 김모군도 여성 배우의 이름은 몰라도 취향에 맞으면 하드웨어에 마구잡이로 쌓아놓는다고 한다.

"네. 뭐......."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갈색의 눈동자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긍정의 대답을 내놓고 만 것이다.
소위 말해서 아는 척이라고 하지.

"와! 정말 놀라워요! 사실 저는 스프레이 키즈의 빅팬이거든요! 삼일 전에는 인천에 콘서트도 다녀왔어요!"

K-pop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살면서 여러번 들어본 말이라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피부로 느껴본 적은 없었다.
나는 학교에서 보내주는 극장 말고는 그 흔한 콘서트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좋은 노래를 발견하면 이어폰 너머로 편안하게 듣는 걸로 만족했다.
굳이 그것이 누구의 노래이며, 가수는 어떤 사람이고, 언제 어디서 콘서트를 열고, 그 티켓을 구하고, 심지어 외국까지 나가 보고 온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자살 충동이 느껴지는 수준의 귀찮음이었다.
그녀는 혼자 신바람이 나서는 핸드폰을 꺼내 콘서트 때 찍은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여주었다.
꽤나 앞 좌석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 무대가 가깝게 보였다.
작은 핸드폰 화면으로부터 수많은 여성들의 비명소리(환호소리겠지만 듣기에는 비명 소리다)와 음악소리가 어릴 적 외풍이 드는 외할머니 댁에서 밤새 폭풍이 몰아치던 날을 연상하게 했다.
저 때 저기에 있었다면 연약한 나의 고막은 터져버렸겠지.
이후로도 그녀는 스프레이 키즈의 멤버를 한 명 한 명 짚어가며 그녀가 그들에게 얼마큼 도취되어있는지 한참을 떠들었다. 별로 아니, 전혀 궁금하지 않았지만 남아도는 게 시간이고 누군가 들어준다는 것만으로 발정난 토끼처럼 기뻐하는데 까짓 들어주는게 대수랴 싶었다
.
"아. 미안해요. 너무 제 얘기만 했죠? 저는 엠마에요.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요?"
"제 이름은 우성이에요."
"...다시 한 번만 더 말해줄래요?"
"우성이요."
"유우스엉?"
"우성"
"우스엉?"
"...정확해요."

귀찮다. 잠시동안 우스엉이 되고 말지. 그러고 보니 영어 이름을 정해야하는구나.
그녀는 자신이 한국 이름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했다는 사소한 일에도 기쁜 얼굴을 지었다.

"그래요. 우스엉은 어디로 가는 건가요? 말레이시아인가요?"
"아니요. 말레이시아는 경유지고 호주로 갑니다."
"와. 호주요? 호주 좋죠! 아아.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어렴풋이 그녀가 호주 출신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반응을 보니 아니었다. 미국, 영국 드라마만 주구장창 봐온 나로서는 대화를 통해 악센트만으로 출신을 짐작할 실력이 못 되었고 생김새로 알아내는 건 더더욱 무리였다
.
"어디서 왔어요?"

대답만 하다가 처음으로 나온 질문이다. 그녀의 입가가 살며시 올라갔다.

"뉴질랜드요. 거기서 나고 자랐어요. 호주랑 가까운 나라인데 한 번도 안 가봤네요."

뉴질랜드. 판타지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 잡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영화가 나온 곳으로 유명하다. 하도 어릴 적에 봐서 무슨 내용인지 거의 까먹었지만 엄마 손 잡고 영화관에서 재밌게 봤다는 것과 골룸은 정말 토가 쏠리게 생겼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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