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로그인
정보기억 정보기억에 체크할 경우 다음접속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개인PC가 아닐 경우 타인이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PC를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체크하지 마세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물안의 황소 개구리 - 1 (장문주의) Read 264
Score 0/0
By. 2019.10.06 11:17

레벨 3 도비는자유의몸 ( Lv. 3 / 포인트 : 465점 ) [ 추천 / 반대 ] (123.243.104.♡)


오랜만이다. 나 기억하는 사람 있으려나.


지금은 멜번에서 뭐 해볼거 없나 비비는 중이다.


썰 시간나는 대로 좀 풀가해서 쓰는 글.


참고로 정말 장문이다. 주의.









호주의 생태계는 굉장히 독특한데, 이곳의 동;식물의 75%는 호주에서만 발견 된다고 한다. 이 호주 땅이 섬이 된지 몇 벡 만년은 되었다니까 그 동안 호주의 황량함과 고립 때문에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만의 특별함이 존재해야 했고, 그게 지금의 호주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생명체론 캥거루와 코알라. 캥거루는 걷거나 뛰지 않고 뜀박질을 하며 지나가는 모든 자동차에 돌진하는 이상한 생명체고, 코알라는 아무런 동물도 먹지 않는 독성이 있는 유칼립투스 잎을 먹으며 하루종일 독에 취해 잠을자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리고 몇 가지 사례를 더 들자면, 보건이 있다. 보건소 할 때의 '보건'이 아니라, Bogan이라고 영어다. 미국의 레드넥, 촌뜨기와 비슷한 말인데, 미국의 촌뜨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보건들도 캥거루나 코알라 처럼 나름의 생존 전략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생존 방식을 만들어냈고, 그 생태계는 광활하다.

 

한국인이 '우물안의 개구리'란 말을 멋 모르는 시골 사람들에게 한다면 맞는 말이겠지만, 호주 시골 사람들에게 '우물안의 개구리'란 말은 딱히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한다. 그건 너무 유약한 말이다. 필연적으로 개구리란 존재는 약하고 수동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니까. 아무런 경쟁자가 없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 마디로 보건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다.

 

그 보다 보건들은 '우물안의 황소 개구리'같은 느낌이다. 개구리긴 한데, 우물 안으로 들어오는건 뭐든지 잡아 먹는 만렙 개구리. 우물 안으로 떨어지는 작은 개구리, 뱀, 새, 물고기, 인간 등 그 뭐든지 잡아먹어 경쟁자를 없애버리는 아주 커다란 황소 개구리. 그게 호주 촌뜨기들의 느낌이다. 그들만의 리그지만 결코 아마추어 레벨이 아니다. 그들은 세상이 두려워 시골에 있지 않는다. 세상이 그들을 두려워해 시골에 보낸 것이다. 일반인들과 게임이 되지 않으니까. 척박한 호주 땅에서 더 더욱 험난한 시골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만의 방식으로 강해져야했을 것이다. 유약한 유전자는 전부 전멸하고 강한자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유전자만이 살아남는 곳. 그들만의 생태계. 진정한 호주의 주인들.

 

이 글은 내가 이제껏 만난 그러한 지상 최강의 종족, 보건들에 대한 것이다.

 

 

 

 

 

 

호주에서 지낸지 어언 2년 반 정도. 이제껏 여러 지역을 돌아 다니면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솔직히 뭐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독특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뭐 대체로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굳이 맥주가 아니라도 패트병 속의 정체모를 무언가를 아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었는데, 한 가지 확실한건 물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대낮부터 굉장히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단 것.

 

하루는 내가 궁금해서 "지금 뭐 마시는거야?"라 물어보니 "한번 마셔볼래?"라했고, 별 의식없이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속에서 불이 붙었다. 내가 당황해서 캑캑거리자 그 사람은 웃으며 굉장히 자랑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자신이 만든거라 말했고, 패트병 1리터에 15$라 했다. 난 이 수제 위스키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굉장한 의구심을 품고 괜찮다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한 10리터는 사뒀어야했다. 뭐가 됐건 간에 맛은 꽤 괜찮았던 걸로 기억하니까.

 

너무나도 자랑스러웠던건지 자신이 어떻게 위스키를 만드는지 신나서 떠들며 직접 보여주겠다 했고, 굳이 할 일이 없었던 나로썬 그의 초대를 받아들였다.

 

그 사람은 직접 개조한 버스 안에서 사는 사람이었는데, 일단 아내부터 소개시켜 줬다. 그 당시엔(지금도 그렇지만) 호주식 영어를 알아 듣기가 굉장히 고역이긴 했는데, 갑자기 아내가 아닌 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난 당연히 물음표를 띄웠고, 그 사람은 아무리 많게 잡아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를 아내라 말했다. 난 잘 못 들은줄 알았다.

 

참고로 그 아재는 적어도 50은 되어 보였다. 게다가 자식 하나도 있고, 이미 임신도 한 상태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내가 이 사람에게 분명히 배울게 존재한단 본능적인 깨달음을 얻었다. 아무리 날고 기어도 내 나이 50에 개조한 버스에서 살면서 뱃살을 출렁대는 상태로 명백한 직업도 없는데 20대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이 사람은 신이거나 그 비슷한 뭔가가 분명했다. 아니면 전생에 호주를 구했던가.

 

어쨌든 그제서야 난 귀를 쫑긋 세우고 나이 50 넘은 술취한 아재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적어도 어떻게 위스키를 만드는지와 어찌 잘 구슬리다보면 어떻게 아내를 만났는지 비밀을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개조한 버스에서 사는 사람이라하면 얼마나 큰 버스를 생각하련지 모르겠는데, 이 버스는 예전에 스쿨버스로 쓰던거라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안은 요상한 잡동사니 때문에 더 더욱 좁았다. 침대 하나 제대로 놓기 힘든 좁은 공간과 널부러진 옷가지 사이에 공중전화기 박스 만한 위스키 제조기가 있었고, 난 또 다른 경외감과 함께 '도대체 이 사람이랑 뭐가 좋아서 사는거지?'란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만약 내가 3평짜리 단칸방에서 아내와 사는데, 그 방에 공중전화기 박스를 어디서 줏어와서 넣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아내가 이 좁은 방에 이딴걸 들여왔냐고 나무란다면 난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할까? 이런게 연륜인가. 이젠 이 사람이 경외롭다기 보단 이 모든 상황을 견뎌내는 아내가 더 경외로워졌다.

 

애릭(그 사람의 이름이다)은 신이나서 어떻게 위스키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는데, 절반은 그 사람의 억양 때문에, 1/4는 이미 내가 들으면서 마신 위스키 때문에, 1/4는 버스 안의 열기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줄도 모르고 애릭이 계속 떠들다 내가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안건지 갑자기 뒤돌아 박스를 열더니 3미터는 족히 넘어가는 구렁이를 꺼내들었다.

 

일단 내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단 것은 둘째치고, 뭐가 되었건 간에 눈 앞의 3미터 짜리 구렁이를 들이댄다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난 도무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왜 이 인간이 구렁이를 꺼내 들었는지, 나를 이 안으로 초대한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혹시 날 토막내서 구렁이 먹이로 던지기 위함이었는지 생각하며 뒤로 물러서서 버스 밖으로 재빨리 나갔다.

 

다행히도 이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였던 것이었는지, 애릭은 입안 가득 웃음을 머금고 구렁이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난 "워워, 그거 가지고 뭐하려고? 독있는거 아냐?"라 물으니 독없는 순한 뱀이라고 했다.

 

"내가 살면서 독없는 뱀은 들어봤는데 순한 뱀은 들어본적이 없거든?"이라 말하니 걱정말란다.

 

이럴때만 되면 "노워리 노워리". 아주 편할 때만 나오는 단어. 그러다 물리면 또 노워리 거리겠지.

 

난 적어도 5미터 이상 거리를 벌리며 상황을 살피는데, 같은 캐러벤에 사는 다른 친구들이 구렁이를 보고 자신이 먼저 사진을 찍겠다고 달려들었다. 이 인간들은 겁도 없는지 구렁이를 목에 걸고 얼굴에 부비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제서야 나도 경계를 풀고 '어쩌면 순한 뱀도 존재하지 않을까?'라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몇번 툭툭대고 끝났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난 딱히 뱀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게 뱀이 아니라 목도리라 착각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하게 애정을 표출했는데, 이 뱀이 마음만 먹으면 인간의 목 따윈 가볍게 으스뜨릴수 있다는 사실을아는 사람은 나뿐이 아닐까 싶었다.

 

애릭은 흐뭇한 표정으로 뱀을 다루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잠깐만"이라 말하며 뱀 꼬리를 만지더니 갑자기 뱀 항문에 손가락을 집어 넣었다.

 

일단 뱀을 만진 것도 처음이고 3미터가 넘는 뱀을 본것도 처음인데 뱀 똥구멍에 손가락을 넣는다고? 내가 뱀에 대해 아는게 없는건 맞는데, 내가 뱀이라면 내 항문에 누군가가 손을 집어넣으면 열받지 않을까? 그리고 열받아서 지금 웃으며 목에 감고있는 사람을 졸라 죽이지 않을까? 아니, 그것보다 손가락을 거기에다 왜 넣어? 무슨 의미가 있는거야?

 

난 이 인간이 미쳤단 것에 드디어 확신을 느꼈다.

 

뭐, 아마 다른 친구들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다들 표정이 '으웩, 저게 뭐야?'란 표정이었으니까. 그러면서 다들 한 발짜국 물러섰다. 아마 애릭도 그걸 느낀건지 태연하게 "아, 이 뱀이 탈장을 일으켜서 다시 집어넣은거야"라 굉장히 당연하단 듯이 이야기했는데, 그 누구도 뱀에 대해 모르고, 아마 그 누구도 뱀 탈장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애릭만큼 모르기에 그냥 '그런가보다'란 느낌으로 지나갔다.

 

그런 식으로 정오를 보내고, 다시 위스키 좀 마시고, 난 잔뜩 취한 상태로 배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 열기와 취기, 두통, 햇살, 웃음, 땀, 정체 모를 사내의 등장과 뱀, 그 뒤의 배구, 땀에 절은 상태로 침대에 쓰러져 자는 낮잠, 그 뒤에 찾아오는 끔찍한 숙취.

 

난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했고, 탈수 증세 때문에 입이 바싹 말라들어갔다. 그래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물을 마시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기타 소리와 요상한 뱃고동 소리.

 

난 머리를 붙잡고 밖으로 나가니 애릭이 디쥬리두라는 호주 애보리진 전통악기를 불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애릭을 둘러싸고 어떻게 연주하는지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있었다. 나도 앉아서 듣는데, 한 마디로 불가능 한 것을 가능하게하는게 핵심이었다. "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내쉬어야해"란 식의 말. 자신은 이 악기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 5년을 바쳤다나 뭐라나. 알고보니 이 사람은 NT주에서 진짜 애보리진들과 몇년 동안 같이 살다가 왔다고했다. 아 그럼 그렇지.

 

디쥬리두란 악기는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의 전통악기인데, 그냥 길고 구멍 뚤린 나무토막이다. 하지만 이 악기를 만드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이 악기는 만드는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악기이다. 낡은 고목이 있고, 그 고목을 흰개미들이 파먹고 결과적으로 속이 텅 비게된다. 그런 나뭇가지를 잘라 만드는거라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안을 살펴보면 구멍이 일자가 아니라 작은 구멍들이 하나가 되어 큰 구멍이 되어있다. 안이 기계로 자른게 아니라서 굉장히 거칠고 무작위로 되어있어서 세상 어디에도 같은 디쥬리두는 존재하지 않는다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 갑자기 흰개미들이 공장을 차려 디쥬리두를 만들어내진 않을테니까.

 

어쨌든 이 악기느 뱃고동같은 소리에서 웽웽 거리며 귀를 울리는 소리, 붕붕 거리는소리 등 여러 음을 낼 수 있는데, 핵심은 '끊임 없이'이고, 이게 힘든 부분이다. 쉬워보였는데, 나 포함해서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애릭은 자랑스러운 듯이 "시장에 파는 디쥬리두는 다 가짜야. 흰개미로 만든 것 만이 진짜고, 그건 돈 주고도 못사. 난 애보리진 한테 받은거라고. 일종의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라 말했고, 좀 멋있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디쥬리두는 고이 버스안에 모셔놓고 기타를 들고와서 치는데, 기타 실력도 발군이었다.

 

마치 디쥬리두 처럼 이 사람은 흰개미와 고목나무, 흙으로 만들어진 진짜 호주인이라고 느꼈다. 시장에 파는 기념품 같은 가짜가 아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 그제서야 '아, 이래서 저런 아내와 결혼 할수 있었구나'하고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하며 뒤를 돌아보니 이미 애들이 이미 위스키를 사서 마시고 있었고 나에게 한 잔 권했다.

 

 

 

좋지.



추천반대

경험담&썰 - 여행 및 액티비티 포함 Total. 1,762

경험담&썰 - 여행 및 액티비티 포함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추천
1762 브리즈번 백팩커스 후기 및 비교 모바일 (2+4)
레벨 4 내목표30만불
169 12.07 1
1761 호주 대학교 다니다보면 모바일 (4+6)
레벨 1 그아아악
383 12.01 1
1760 **늦은 할로윈 메이크업.. 일본인 놀래키기**
레벨 1 해피다요
93 12.01 0
1759 쿨랑가타에서 케언즈까지 24시간 질주 (3)
레벨 13 Hong
109 11.30 0
1758 골코 잡리스 필독 (4)
레벨 13 Hong
260 11.26 0
1757 **한국인 일본인 영어
레벨 해피다요
163 11.25 0
1756 **호주 워홀 주 2천불, 일년 8만불 수입을 벌다*** (1)
레벨 해피다요
803 11.11 0
1755 울월스 스시샵 후기. 모바일 (1)
레벨 1 로다다다
438 11.05 0
1754 시드니에서 화카&포크 취득 후기 모바일 (1)
레벨 1 후리다이버
362 11.05 0
1753 땅파면 온천이되는 바닷가?!
레벨 Happy dayo
96 11.04 0
1752 누가 써달래서 쓰는 시드니 포크 후기 1탄 (4+3)
레벨 8 애쉬메인브로
373 11.01 1
1751 시드니4일차소감 (2+1)
레벨 8 애쉬메인브로
310 10.31 0
1750 퍼스농장 모바일
레벨 2 계란먹는오리
253 10.27 0
1749 시드니 누드비치 갔다온 썰 Obelisk beach 모바일 사진 첨부파일 (3)
레벨 2 정보없음
971 10.25 1
1748 한국식 생일상, 일본인의 반응은?!!!
레벨 해피다요
188 10.20 0
1747 호주 워홀을 지나 뉴질 워홀까지.. 그리고 부자들의 삶을 체험하다!!
레벨 Happy dayo
407 10.14 0
1746 나중일기 3. 워홀을 준비한 과정 모바일 (1)
레벨 11 맛스타
325 10.14 0
1745 나중일기 2. 구덩이 형님들이 가지 말라던 필리핀 어학원엘 가다 모바일 (2)
레벨 11 맛스타
412 10.14 0
1744 대박.... 네이버에서 인터뷰 요청받음!!!! !!!!!!
레벨 Happy dayo
486 10.06 0
>> 우물안의 황소 개구리 - 1 (장문주의) (3)
레벨 3 도비는자유의몸
265 10.06 0